"휠체어 탑승 가능한 시외버스 0대" 장애인 시외이동권 침해 유엔에 개인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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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탑승 가능한 시외버스 0대" 장애인 시외이동권 침해 유엔에 개인진정


 


                                                                       장애인도 버스 타고 싶다' 시외버스 탑승 보장하라.ⓒ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에이블뉴스 이슬기 기자】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이 시외버스와 광역버스를 이용할 수 없는 구조적 차별에 대해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 개인진정을 제기했다.

공익법단체 두루, 재단법인 동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한국장애포럼은 5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종로구 서린동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서울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애인 시외이동권 침해에 관한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개인진정 제기 및 정부의 법제 개선을 촉구했다.

개인진정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에 따른 국제인권구제절차로, 국내에서 이용 가능한 구제절차를 모두 거쳤음에도 협약이 보장하는 권리를 충분히 구제받지 못한 경우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 권리침해의 구제를 요청하는 절차다. 이번 개인진정에는 법무법인 지평, 법무법인 태평양, 공익법단체 두루가 진정인들의 대리인으로 참여한다. 

법원도 ‘차별’ 인정, 12년 소송의 결과는 단 7개 노선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인 진정인들은 2014년 고속버스를 포함한 시외버스와 광역버스에 휠체어 탑승설비를 설치할 것을 요구하며 국가·지방자치단체와 버스운송사업자들을 상대로 차별구제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2022년 버스사업자가 휠체어 탑승설비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했지만, 적극적 조치의 범위를 정하면서 장애인 당사자가 해당 노선을 이용할 “구체적·현실적 개연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이후 파기환송심은 이 기준에 따라 휠체어 탑승설비 설치 대상 노선을 단 7개로 제한했고, 2026년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판결로 국내 소송절차가 종결됐다.

그러나 대중교통은 앞으로 어느 노선을 이용할지 미리 입증하고 이용하는 교통수단이 아니다. 비장애인은 친구를 만나거나, 여행을 가거나, 출장을 가거나, 병원과 문화시설을 방문하기 위해 버스를 이용하며 자신이 그 노선을 이용할 ‘구체적·현실적 개연성’이 있음을 증명할 필요가 없다. 

이들은 "장애인에게만 특정 노선을 이용할 가능성을 미리 증명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장애인의 이동권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누려야 할 권리가 아닌 시혜로 취급하는 것"이라면서 "비장애인이 버스를 타고 어디든 갈 수 있듯이 장애인도 미리 예측할 수 없는 일상과 사회생활 속에서 필요할 때, 원하는 대중교통 노선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현실적 개연성’ 기준이 유지되면 다른 지역에 살거나 다른 노선을 이용하려는 장애인은 자신의 이동권을 보장받기 위해서 매번 개별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실제 전국 각지에서 후속 소송이 이어지며 동일한 구조적 문제를 두고 장애인 당사자와 버스사업자 모두에게 불필요한 반복 소송이 강제되고 있다. 어렵게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당사자가 이사를 하거나 직장을 옮기는 경우에는 기존 판결에 따른 구제가 무의미해지고 권리구제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까지 발생한다. 

이에 진정인 중 1인은 이러한 대법원 판결 자체가 장애인의 이동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재판소원을 제기했고, 해당 사건은 현재 본안에 회부되어 심리 중이다.


공익법단체 두루, 재단법인 동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한국장애포럼은 5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종로구 서린동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서울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애인 시외이동권 침해에 관한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개인진정 제기 및 정부의 법제 개선을 촉구했다.ⓒ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휠체어 이용 가능한 시외버스 여전히 ‘0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12년에 걸친 소송에서 법원이 차별을 인정했음에도 진정인들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휠체어 이용자가 탑승할 수 있는 시외버스는 단 한 대도 운행되고 있지 않다. 정부가 2019년 진행한 휠체어 탑승설비 시외버스 시범사업은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중단됐고, 휠체어 이용 장애인은 여전히 단 한 대의 시외버스도 이용할 수 없다. 

이러한 현실의 가장 큰 책임은 시외·광역버스의 접근성을 보장할 법·제도적 의무를 장기간 방치해 온 대한민국 정부에 있다. 교통약자법 제3조는 교통약자가 모든 교통수단을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이동권을 보장하고 있고, 시행령 역시 새로 도입되는 버스에 휠체어 탑승설비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하위 규범인 시행규칙에서 휠체어 탑승설비 설치를 선택사항으로 규정해 상위 법령의 취지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었고, 이러한 제도적 차별을 20년 이상 방치해 왔다. 그 결과 버스사업자는 휠체어 탑승설비를 갖추지 않은 차량을 계속 도입·운행할 수 있었고, 휠체어 이용 장애인은 시외 이동에서 구조적으로 배제되어 왔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2014년 이후 반복해 대한민국 정부에 시외버스 등 대중교통에서 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접근성을 보장할 것을 권고했고, 특히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2022년 시외·광역버스를 포함하여 휠체어 접근 가능한 버스를 확대할 것을 명시적으로 권고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시외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실질적인 법령개정안도, 구체적인 이행계획도, 이를 뒷받침할 충분한 예산도 마련하지 않았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위반이자 차별, "개선 권고해달라"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9조는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보장하고, 공공 및 민간 서비스에 적용되는 접근성 기준을 마련하고 시행할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또 제5조는 평등과 비차별을 보장, 법률·정책을 포함해 차별 철폐를 위한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협약 제4조상 국가의 일반적 의무도 모두 위반이다.

진정인들은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가 휠체어 이용 장애인을 시외·광역버스 이용에서 배제해 온 대한민국 정부의 정책이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위반이자 차별임을 확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 나아가 대한민국 정부에 시외·광역버스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강제력 있는 법적 기준과 이행기한을 마련하고,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며, 이행을 지속적으로 감독·지원할 체계를 구축하도록 권고할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장애인의 시외이동권 침해 현실을 직시하고, 즉시 시외·광역버스의 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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