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은 목소리 없이 늘 피해자로만 등장, 인권 기반 보도 전환 필요”
- 이슬기 기자
- 입력 2026.07.15 12:55
【에이블뉴스 이슬기 기자】한국장애인인권포럼 부설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가 15일 방송뉴스와 시사프로그램에서 보도된 장애인 대상 범죄 관련 보도 121건을 분석한 ‘장애인은 왜 반복해서 피해자로 등장하는가? - 폭력·폭행·사기 피해자 보도에 나타난 장애인 재현 모니터링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장애인 대상 범죄를 다룬 언론 보도가 장애인을 어떠한 존재로 재현하고 있는지를 장애인 인권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향후 언론이 지향해야 할 인권 기반 보도 원칙을 제안하기 위해 마련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모니터링 대상 보도 대부분은 장애인을 폭행, 사기, 학교폭력, 성폭력, 시설 학대 등의 피해자로 재현하고 있었다. 사건의 충격성과 범행 수법, 가해자의 처벌은 상세히 다뤄졌지만, 장애인이 왜 반복적으로 범죄의 표적이 되는지에 대한 사회적·구조적 원인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
특히 장애인의 정보 접근권 부족, 경제적 취약성, 사회적 고립, 시설 중심 복지체계, 교육과 고용에서의 차별 등 범죄를 가능하게 하는 구조적 환경은 대부분의 보도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
보고서는 이러한 보도 방식이 장애인을 '항상 보호받아야 하는 취약한 존재'로 고정시키고, 장애인의 다양한 삶과 시민성을 사회적으로 가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분석 결과 대부분의 보도는 경찰, 보호자, 학교 관계자, 전문가 등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구성됐으며, 장애인 당사자의 경험과 의견은 매우 제한적으로 소개됐다.
보고서는 의사소통보조기기(AAC), 쉬운 정보(Easy Read), 수어통역 등 적절한 지원이 제공된다면 훨씬 많은 장애인이 자신의 경험을 직접 이야기할 수 있음에도 언론이 이러한 노력을 충분히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해외 취업 사기, 장애학생 학교폭력, 시설 학대, 정신병원 인권침해, 가정 내 경제적 착취 등 다양한 사례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언론이 사건의 전개 과정과 범행 수법을 중심으로 보도한 반면, 사회적 배경과 제도적 책임은 충분히 다루지 않았다.
예를 들어 장애학생 학교폭력 사건에서는 폭행 장면과 수사 과정이 반복적으로 보도됐지만 학교의 예방 시스템과 지원체계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으며, 시설 학대 사건 역시 특정 종사자의 일탈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아 시설 중심 복지체계와 감시체계의 한계에 대한 논의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앞으로 장애인 대상 범죄 보도 방향에 대해 ▲사건 중심이 아닌 구조 중심 보도 ▲장애인을 피해자가 아닌 권리의 주체로 재현 ▲의사소통 지원을 통한 장애인 당사자 목소리 적극 반영 ▲피해자의 존엄성과 사생활 보호 ▲사건 이후 회복과 제도 개선에 대한 지속적인 추적보도 ▲언론사 차원의 장애인 인권보도 가이드라인 마련 등을 제안했다.
아울러 장애를 사건의 원인처럼 연결하지 말 것, 장애인을 하나의 피해자 이미지로 고정하지 말 것,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함께 점검할 것 등도 함께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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