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김경식 칼럼니스트】최근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 및 주거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과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시범사업의 확대는 우리나라 장애인복지정책이 시설 중심에서 지역사회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립지원주택 공급 확대와 정신장애인 주거지원사업 역시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려는 의미 있는 정책적 시도이다.

자립지원주택은

자립지원주택은 '사는 집'을 넘어 '삶의 권리'를 지원하는 제도로 나아가야 한다. (생성형 AI 활용 생성 이미지) ⓒ 김경식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장애인이 원하는 것은 과연 ''일까, 아니면 '삶을 선택할 권리'일까.

자립지원주택의 핵심은 집을 제공하는 데 있지 않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누구와, 어디에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있다. 자립은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권리의 문제이며, 주거정책이 아니라 시민권의 문제이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 19조는 장애인이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거주지를 선택하고 필요한 지역사회 지원을 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이는 장애인을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자기 삶을 결정하는 권리의 주체로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기준이다. 하지만 현재의 자립지원사업은 여전히 신청과 조사, 심의와 선정이라는 행정절차를 거쳐야 하는 선별적 복지사업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권리로 선언된 자립생활이 현실에서는 '선정된 사람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로 운영되는 한, 자기결정권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변화는 자립지원의 대상이 시설 거주 장애인에서 재가장애인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가족 내 학대와 방임, 보호자의 장기 부재, 열악한 주거환경에 놓인 장애인까지 지원 대상으로 포함하려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매우 중요한 변화이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탈시설을 자립의 핵심 과제로 이야기해 왔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시설보다 가족 안에서 자기결정권을 제한받는 장애인이 훨씬 많다. 가족은 장애인에게 가장 중요한 돌봄의 기반이지만, 동시에 과잉보호와 대리결정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취업과 진학, 결혼, 사회활동과 같은 삶의 중요한 선택이 여전히 가족의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따라서 앞으로의 자립지원은 탈시설을 넘어 탈가정까지 포함하는 자기결정권의 확대로 이해되어야 한다. 가족을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 가족과 함께 살든 독립하여 살든 그것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진정한 자립지원이다.

자립은 결코 일정 기간의 사례관리로 완성되는 사업이 아니다. 장애인의 삶은 나이가 들면서 건강상태가 달라지고, 가족구성이 변하며, 직업과 경제상황도 변화한다. 필요한 지원 역시 이러한 삶의 변화에 따라 함께 조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자립지원은 단기 시범사업이 아니라 생애주기 전체를 함께하는 지속 가능한 사회보장체계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좋은 집만으로는 자립생활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장애인의 삶을 함께 설계하고 지역사회와 연결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있어야 한다.

사회복지사는 지역사회 자원을 연결하고 권익을 옹호하는 조정자이며, 정신건강사회복지사는 회복지향 관점에서 자기결정과 사회참여를 지원하는 동반자이다.

장애인재활상담사는 직업과 사회참여를 통해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고, 보조공학사는 보조기기와 스마트홈, 환경제어기술을 활용하여 장애인의 독립생활을 가능하게 한다. 작업치료사와 물리치료사, 간호사, 활동지원사, 동료지원가 역시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립생활을 뒷받침한다.

이들은 각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가 아니라, 장애당사자가 원하는 삶을 실현하도록 함께하는 사람 중심(Person-Centered) 다학제 팀이 되어야 한다.

특히 앞으로의 자립지원에서 장애인재활공학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인공지능(AI), 정보통신기술(ICT), 스마트홈, 환경제어기술은 사람을 대신하는 기술이 아니라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확장하는 기술이다. 최중증 장애인에게 기술은 편의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필수 조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전문직이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전문인력의 부족이다. 사회복지사와 활동지원사뿐 아니라 정신건강사회복지사, 장애인재활상담사, 보조공학사, 작업치료사 등 지역사회 자립을 전문적으로 지원할 인력은 여전히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는 서비스의 양을 넘어 자립지원의 질을 결정하는 문제이다.

여기에 공공행정의 전문성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현재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순환보직을 원칙으로 자립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사업에 대한 경험과 지역사회 네트워크, 장애당사자와의 신뢰관계도 함께 단절되는 현실은 자립지원의 지속성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 가운데 하나이다. 자립지원은 단기간에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장애인의 삶을 함께 설계하고 지역사회 자원을 축적하는 과정에는 오랜 시간과 전문성이 요구된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에는 자립지원을 전담하는 전문직 또는 장기 근무가 가능한 임기제 공무원을 확대 배치하고, 순환보직 예외 직무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민간의 전문인력과 함께 공공영역에서도 전문성이 축적될 수 있는 행정체계가 구축될 때 비로소 자립지원정책은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앞으로의 자립지원은 특정 장애유형만을 위한 제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신장애인과 발달장애인뿐 아니라 지체장애, 뇌병변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내부장애, 중복장애 등 모든 장애인이 자신의 지원 필요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 권리보장체계로 발전해야 한다. 국제적으로도 자립생활 정책은 장애유형보다 개인의 지원 필요도(Support Needs)를 중심으로 설계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우리 역시 장애유형 중심에서 사람 중심의 지원체계로 나아가야 한다.

자립지원주택은 더 이상 '집을 공급하는 사업'이어서는 안 된다. 권리(Rights), 주거(Housing), 기술(Technology), 전문인력(Professionals), 그리고 전문성과 지속성을 갖춘 행정체계(Governance)가 함께 작동하는 지역사회 자립지원체계로 발전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장애당사자가 원하는 삶을 실현하는 길이며,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자립은 혼자 살아가는 능력이 아니다. 필요한 지원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상태이다. 자립지원주택의 성공은 얼마나 많은 집을 공급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장애인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는가로 평가되어야 한다. 이제 자립지원주택은 '사는 집'을 넘어 '삶의 권리'를 지원하는 제도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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