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김경식 칼럼니스트】최근 경기연구원은 경기도 특별교통수단의 평균 대기시간이 44.6분에 달하는 원인을 분석하면서, 특별교통수단 이용자의 약 30%가 휠체어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휠체어를 이용하지 않는 이용자를 바우처택시로 전환하면 차량 회전율을 높이고 대기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오랜 대기시간으로 병원 진료나 직장, 학교, 사회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들의 현실을 생각하면 이러한 문제의식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연구가 전제한 핵심 가정에는 중요한 허점이 있다. 휠체어를 이용하지 않는 장애인은 일반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는 가정이 과연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 사회에는 전동휠체어를 사용하지 않지만 보행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이 적지 않다. 필자 또한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는데, 양측 하지기능 장애, 뇌병변장애, 진행성 신경근육질환, 희귀질환, 척수질환, 균형장애 등으로 수십 미터 이상 걷기 어렵거나 낙상 위험이 높은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경제적 부담이나 주거환경, 의료적 판단, 잔존기능 유지 등의 이유로 전동휠체어를 사용하지 않을 뿐, 이동에 어려움이 없어서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전동휠체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바우처택시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은 결코 같은 의미가 아니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특별교통수단과 바우처택시를 동일한 서비스처럼 바라보는 정책적 시각이다.

특별교통수단은 단순히 휠체어를 실어 나르는 차량이 아니다. 장애인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된 공공 이동지원 서비스이다. 차량에는 휠체어 리프트나 경사판, 휠체어 고정장치, 승하차에 도움을 제공하는 발판, 넓은 승차 공간, 손잡이와 안전벨트 등 장애인의 승·하차를 위한 편의설비가 갖춰져 있으며, 운전원은 장애인 승·하차 지원과 이동보조에 관한 교육을 받고 필요한 경우 직접 탑승을 돕는다. 차량과 설비, 인적 지원이 결합되어 비로소 특별교통수단은 장애인의 이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공공서비스가 된다


'누가 휠체어를 사용하는가'가 아니라 '누가 실질적인 이동지원을 필요로 하는가'를 묻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생성형 AI 활용 생성 이미지) ⓒ 김경식
반면 바우처택시는 일반택시 이용요금을 지원하는 제도일 뿐이다. 대부분의 차량은 교통약자를 위한 편의설비를 갖추고 있지 않으며, 운전자에게 장애인 승·하차 지원 교육이나 이동보조 의무도 없다. 차량 높이가 높거나 문이 좁아 승·하차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고, 목발이나 워커를 사용하는 장애인은 탑승 과정에서 낙상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균형장애나 근력저하가 있는 장애인에게는 운전원의 물리적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바우처택시에서는 이러한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바우처택시는 이동비를 지원할 뿐 이동 자체를 지원하지는 않는다. 요금 부담은 줄여줄 수 있지만 안전한 승·하차와 접근성, 장애 특성에 맞는 이동지원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동권은 단순히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권리가 아니라 안전하고 존엄하게 이동할 권리를 포함한다는 점에서 두 제도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이러한 현실은 최근 에이블뉴스에 실린 하석미 칼럼에서도 생생하게 드러난다. “화성 전곡항에서 귀가하기 위해 장애인콜택시를 신청한 필자는 접수 후 무려 9시간 30분을 기다린 끝에 차량을 이용할 수 있었다. 대기번호 17번으로 시작된 기다림은 밤 10시가 가까워져서야 끝났고, 그 과정에서 필자는 "오늘 안 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으며 낯선 여행지에서 극심한 불안과 공포를 경험했다. ”

이 사례가 말하는 것은 단순히 차량이 부족했다는 사실이 아니다. 장애인에게 특별교통수단은 '조금 더 편리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이동수단이라는 점이다. 비장애인은 택시가 잡히지 않으면 다른 택시를 부르거나 버스, 지하철 등 다른 교통수단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휠체어 이용자와 중증 보행장애인은 이용 가능한 차량 자체가 제한되어 있어 기다리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

하석미 씨는 또 다른 중요한 문제를 지적한다. 장애인은 약속 시간을 확신할 수도, 병원 예약시간을 장담할 수도, 언제 집에 돌아갈지 예측할 수도 없다. 결국 외출을 포기하고, 여행을 포기하고, 사회활동을 줄이며 삶의 반경을 스스로 축소하게 된다. 이동권은 단순히 어디를 갈 권리가 아니라 사람을 만나고, 일하고, 배우고, 치료받고, 여행하고, 집으로 돌아갈 권리라는 그의 지적은 특별교통수단의 본질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그렇다고 현재의 특별교통수단 운영체계를 그대로 유지하자는 뜻은 아니다. 대기시간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해결 방식은 특정 이용자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의 기능과 이동 특성에 맞게 서비스를 다양화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미국의 ADA(장애인법)에 따른 Paratransit은 휠체어 이용 여부를 기준으로 하지 않는다. 일반 대중교통을 독립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 정류장까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지, 승·하차가 가능한지 등 기능적 이동능력(functional mobility)을 평가하여 이용 자격을 결정한다. 영국 런던의 Dial-a-Ride 역시 휠체어 사용 여부가 아니라 일반 대중교통 이용이 사실상 어려운 사람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OECD 또한 장애인 이동지원은 장애유형보다 기능적 이동제약을 중심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우리도 이러한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

첫째, 특별교통수단 이용 기준을 전동휠체어 사용 여부가 아니라 기능적 이동평가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보행 가능 거리, 낙상 위험, 독립적 승·하차 가능 여부, 의료기관 정기 이용, 보호자 도움의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서비스 유형을 결정해야 한다.

둘째, 바우처택시는 특별교통수단을 대체하는 제도가 아니라 보완하는 제도로 운영해야 한다. 일반택시 이용이 가능한 장애인에게는 충분한 비용 지원과 우선배차를 제공하되, 일반택시 이용이 어려운 중증 보행장애인에게는 특별교통수단 이용을 계속 보장해야 한다.

셋째, 특별교통수단의 차량도 다양화해야 한다. 전동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리프트 차량과 중증 보행장애인을 위한 저상 접근 차량을 함께 운영하면 차량 회전율을 높이면서도 이동권을 보장할 수 있다.

넷째, 바우처택시의 질적 개선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단순한 요금 지원을 넘어 장애인 승·하차 지원 교육을 받은 운전자, 접근성이 향상된 차량, 보행보조기 적재공간, 승·하차 지원 서비스 등을 포함한 '교통약자 전용 바우처택시'로 발전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이러한 기반 없이 요금 지원만 확대한다면 바우처택시는 특별교통수단을 대신할 수 없다.

다섯째, AI 기반 예약·배차 시스템과 병원·재활기관 연계 예약체계를 구축하여 반복적인 통원 치료나 정기적인 이동을 예측하고 차량을 효율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이용자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운영체계를 개선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해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의 출발점이다. 특별교통수단은 효율성을 위해 존재하는 제도가 아니다. 이동이 어려운 사람에게 이동의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공공서비스이다. 운영 효율은 이동권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하석미 씨가 전곡항에서 9시간 30분을 기다린 것은 단순히 차량이 부족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에게는 특별교통수단을 대신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사례는 특별교통수단이 단순한 이동수단의 하나가 아니라 장애인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사회참여를 연결하는 공공 이동지원 서비스임을 보여준다.

이번 경기연구원의 연구는 특별교통수단 운영의 비효율을 객관적인 데이터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앞으로의 정책은 '누가 휠체어를 사용하는가'가 아니라 '누가 실질적인 이동지원을 필요로 하는가'를 묻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동권은 효율성의 대상이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며,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뿐 아니라 심한 보행장애로 이동에 제약을 받는 모든 교통약자에게 동등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진정한 교통복지는 이용자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이동지원이 필요한 사람에게 가장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래야만 대기시간 단축이라는 효율성과 장애인의 이동권이라는 공공의 가치를 함께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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