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장애 인정에 CGM 시장 다시 주목…2형당뇨 급여가 변수
혈당측정기기 시장서 CGM 비중 5년 새 8%→45.3%
장애 등록만으론 급여 변화 없어…요양급여 전환·지원 확대 주목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중증 1형당뇨병 환자가 췌장장애로 장애 등록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연속혈당측정기(CGM) 시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장애 인정만으로 CGM 급여 기준이 바뀌진 않지만 1형당뇨병 관리에 CGM이 사실상 필수 의료기기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향후 건강보험 지원 확대 논의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의료기기 업계에 따르면 국내 CGM 시장은 최근 5년 사이 혈당측정기기 시장의 중심축으로 부상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혈당측정기기 시장은 2020년 789억 2100만 원에서 연평균 12.6% 성장해 2024년 1268억 9000만 원 규모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전체 혈당측정기기 시장에서 CGM이 차지하는 비중은 8%에서 45.3%로 뛰었다. 이를 단순 환산하면 2024년 국내 CGM 시장 규모는 약 575억 원에 달한다.
이번 췌장장애 인정이 CGM 지원 확대를 직접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국가가 중증 1형당뇨병 환자의 일상생활 제약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혈당을 상시 관리하는 CGM의 필요성을 제도권 의제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을 개정해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는 췌장장애를 장애 유형으로 인정했다. 개정안은 지난 1일부터 시행됐다.
췌장장애인으로 등록되면 활동지원서비스와 장애수당 장애인 의료비 지원 공공요금 및 세제 혜택 등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모든 1형당뇨병 환자가 자동으로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당뇨병이라는 질환명 자체가 아니라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이 심각하게 손상돼 일상생활에 상당한 제약이 있는 경우가 대상이다. 6개월 이상 다회 인슐린 주사요법이나 인슐린펌프 치료를 받고 C-펩타이드 검사 등 일정 기준도 충족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췌장장애 등록제가 시행되면 CGM 처방 및 구매 과정에서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지원 필요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더욱 명확해질 수 있다"면서도 "실제 접근성 개선 효과는 향후 급여 기준, 본인부담률, 처방 절차가 얼마나 간소화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제도에서도 1형당뇨병 환자는 CGM 관련 비용 일부를 요양비 방식으로 지원받고 있다. 연속혈당측정기 본체 구입비는 3개월당 21만 원을 기준으로 지원되며 센서 구입비는 사용기간에 따라 산정된 기준금액의 70%를 지원한다.
다만 환자가 먼저 제품을 구입한 뒤 비용을 청구해야 해 초기 비용 부담과 행정 절차가 남아 있다. 이에 의료기관의 처방과 건강보험 청구가 연계되는 요양급여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CGM 시장은 글로벌 기업이 주도권을 잡고 있다. 국내 CGM 시장에는 애보트의 프리스타일 리브레와 덱스콤 G7 메드트로닉 가디언 등이 진입해 있다. 국산 제품으로는 아이센스의 케어센스 에어가 사실상 대표 제품이다. 2023년 9월 출시된 케어센스 에어의 2024년 국내 시장 점유율은 7.5% 수준으로 나머지 90% 이상은 해외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다만 췌장장애 등록 대상이 중증 환자로 제한돼 있고 CGM 급여 확대 역시 별도의 건강보험 의사결정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단기간에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애 인정에 따른 기존 수요의 제도권 편입과 환자들의 CGM 사용 지속률 개선이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CGM 시장의 더 큰 변수는 2형당뇨병 환자까지 건강보험 지원이 확대될지 여부다. 현재 국내 CGM 지원은 1형당뇨병과 임신 중 당뇨병 환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전체 당뇨병 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2형당뇨병 환자 상당수는 비급여로 CGM을 사용하고 있다.
이 문제는 정치권 의제로 올라와 있다.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CGM 접근성 확보 토론회에서는 하루 3회 이상 인슐린을 투여받는 중증 2형당뇨병 환자부터 단계적으로 급여를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2025년 기준 해당 환자는 8만 8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증 2형당뇨병 환자까지 급여가 확대될 경우 CGM 사용 대상은 기존보다 의미 있게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인슐린 치료를 받거나 저혈당 위험 관리가 필요한 환자군을 중심으로 처방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 지원 대상이 확대되면 CGM 수요는 중증 1형당뇨병을 넘어 인슐린 치료를 받는 2형당뇨병 환자까지 넓어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혈당 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반 만성질환 관리 시장과의 연계 가능성도 커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CGM 시장 경쟁은 단순 기기 성능이나 가격 경쟁을 넘어 당뇨병 치료제, 혈당 데이터, 의료진 상담, 환자 관리 서비스를 얼마나 잘 연계하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