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콜택시 9시간 30분 대기, 이것은 이동지원이 아니라 방치다
“오늘 안 될 수도 있다”는 말, 장애인콜택시가 남긴 가장 무서운 안내
- 기자명칼럼니스트 하석미
- 입력 2026.06.30 15:18
- 수정 2026.06.30 15:29
【에이블뉴스 하석미 칼럼니스트】집에 가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어야 할까?
지난 6월 28일 일요일, 화성 전곡항 해상케이블카 정류장 앞에서 나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장애인콜택시를 불렀다. 목적지는 수인분당선 야목역이었다. 안산 집까지 한 번에 가고 싶었지만 경기광역콜은 언제 연결될지 모른다는 말에, 우선 관내 이동이라도 해서 지하철을 타기로 했다.
낮 12시 39분. 경기도 광역 이동지원센터에서 알림톡이 왔다. "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접수대기 17번입니다."
17번. 숫자로 보면 별것 아닌 것 같았다. 기다리다 보면 되겠지 싶었다. 여행을 다녀오며 피곤하긴 했지만, 그래도 집으로 가는 길이니 조금만 참으면 될 거로 생각했다. 그러나 두 시간이 지나도, 다섯 시간이 지나도 배차는 되지 않았다. 대기 번호는 아주 조금씩 줄었지만, 내 몸의 힘은 그보다 훨씬 빠르게 빠져나갔다.
콜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늘 비슷했다. 배차가 지연되고 있다는 말, 기다려야 한다는 말. 어느 순간에는 “오늘 안 될 수도 있다”라는 말까지 들었다. 그 말은 단순한 안내가 아니었다. 휠체어를 타고 낯선 곳에 남겨진 사람에게는 거의 공포에 가까운 말이었다.
시간은 계속 흘렀다. 오후가 저녁이 되고, 저녁이 밤이 되었다. 근처 가게들은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사라지고, 불빛도 줄어들었다. 갈 곳이 없었다. 안으로 들어가 쉴 곳도 마땅치 않았다. 나는 어둠이 내려앉은 정류장 근처에서 계속 기다려야 했다.
오후 8시 54분, 대기 번호가 1번이라는 알림이 왔다. 이미 8시간이 넘게 지난 뒤였다. 이제 곧 오겠지, 이제는 정말 되겠지 하며 다시 기다렸다. 그리고 오후 9시 5분, 드디어 배차 완료 문자가 도착했다. 차량은 남양읍에서 출발했고, 예상 대기시간은 35분이라고 했다. 택시는 밤 10시가 다 되어서야 도착했다.
다행히 막차는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그날 하루는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뒤였다. 몸은 지쳤고 마음은 무너졌다. 자가용으로 이동하면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을 거리를, 휠체어를 이용한다는 이유 하나로 길 위에서 9시간 30분을 기다린 것이다.
그날 날씨가 폭염이었다면 어땠을까. 폭우가 쏟아졌다면, 한겨울 추위 속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장애인콜택시는 단순히 조금 더 편한 교통수단이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런데 그 유일한 길이 언제 열릴지 모른다면, 그것은 불편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서울에서 해남까지 가도 5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시대다. 그런데 장애인은 경기도 안에서 역 하나를 가기 위해 9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 이것이 지금 우리의 이동 현실이다.
경기광역콜로 통합되면 이동이 조금은 나아질 줄 알았다. 적어도 지역 간 이동이 더 편해지고, 배차도 더 효율적으로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연결은 여전히 어렵고, 대기는 더 길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비장애인은 택시가 안 잡히면 버스를 타거나 지하철을 타거나 다른 방법을 찾는다. 앱을 열어 다른 차량을 부를 수도 있다. 그러나 휠체어 사용자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탈 수 있는 차량이 제한되어 있고, 이동할 수 있는 경로도 제한되어 있다. 결국 기다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약속도 쉽게 잡을 수 없다. 몇 시에 도착할 수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몇 시에 집에 갈 수 있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외출이, 장애인에게는 하루 전체를 걸어야 하는 일이 된다. 이것이 반복되면 사람은 점점 외출을 포기하게 된다. 여행을 포기하고, 모임을 포기하고, 병원과 일정을 조정하고, 결국 삶의 반경을 줄이게 된다.
이동권은 단순히 ‘어디를 갈 권리’가 아니다. 사람을 만나고, 일하고, 배우고, 쉬고, 여행하고, 집으로 돌아갈 권리다. 이동이 막히면 삶이 막힌다.
더 답답한 것은 이용 자격을 얻는 과정조차 쉽지 않다는 점이다.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여러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신분증, 이용신청서, 진단서가 필요하고, 종합병원 진단서에는 독립보행이 불가능해 휠체어 사용이 필요하다는 내용과 휠체어 사용이 필요한 기간까지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고 한다.
영구적으로 휠체어가 필요한 사람이라 해도 최대 이용 기간은 3년이라고 했다. 3년이 지나면 다시 갱신해야 하고, 그때도 다시 진단서를 제출해야 할 수 있다고 했다. 장애가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계속해서 증명해야 한다. “나는 아직도 걷기 어렵다”라고, “나는 아직도 휠체어가 필요하다”고, “나는 아직도 이동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반복해서 증명해야 한다.
제도는 이용자에게는 엄격하고, 서비스는 이용자에게 불확실하다. 서류는 꼼꼼하게 요구하면서, 정작 필요한 순간 이동은 보장하지 못한다.
며칠 전에는 포천 장애인콜택시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하루 이동을 제한하고, 병원 이용 목적에 한해서만 탑승을 허용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심지어 병원 이용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까지 제출해야 한다는 안내 문자 장애인의 이동이 권리가 아니라 허가와 증명의 대상이 되어버린 현실 물론 취소는 아니고 잠정 연기하기로 결정했다는 문자를 받았지만 씁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