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모부성권을 촉구하는 장애여성.ⓒ에이블뉴스DB장애인 모부성권을 촉구하는 장애여성.ⓒ에이블뉴스DB

【에이블뉴스 백민 기자】장애여성들이 임신·출산·양육 전 과정에서 정보 부족과 의료 접근성 문제, 사회적 편견 등 교차적 차별을 경험하며 모성권이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장애인복지법과 모자보건법에 모성권 보장에 관한 구체적인 조항을 마련하고 장애여성의 모성권을 임신과 출산에만 한정하지 않고 자기결정권과 양육권, 안전한 양육 환경까지 포괄하도록 관련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장애여성 인권상황 실태조사: 모성권을 중심으로’(연구책임자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전지혜 교수)를 발간했다.

장애여성 임신·출산·양육 전 과정의 교차적 차별 분석

지난 2022년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장애여성이 직면한 교차적 차별에 대해 젠더 관점과 장애 관점의 부재, 성인지적 예산 편성의 결여, 데이터와 정책 대응의 부족을 지적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양적 조사를 통해 장애여성 모성권인 임신・피임의 자기 결정권, 출산통제 및 선택권, 안전한 임신・출산을 위한 정보 접근권, 보건서비스 접근권, 친권 및 육아권, 임신 출산 양육 과정에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 안전한 환경에서 양육할 권리의 실태를 조사했다.

또한 총 36명의 초점집단면접조사 질적 연구로 장애 인권적 관점을 통해서는 보이지 않는 모성권 억압과 차별을 드러내고 드러나지 않는 권리 침해의 기제도 함께 분석했다.

이를 통해 장애여성이 겪는 교차적 차별과 권리 박탈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권리 구제 강화 및 법·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자 했다.

차별과 억압의 매커니즘. ⓒ국가인권위원회차별과 억압의 매커니즘.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여성들 “모성권 보장 미흡”‥정보 부족·의료비 부담·차별적 인식

만 18세 이상 64세 이하의 성인 장애여성 669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국이 장애여성의 인권을 잘 보장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들은 고용, 의사소통 및 정보접근, 체육활동, 건강권, 접근성, 관광 활동 등의 영역에서 인권보장 정도가 더 낮다고 평가하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장애여성 모성권이 잘 보장되지 않는다는 인식도 많았는데, 모성권이 보장되지 않는 이유로는 ‘사회적 인식이 낮아서’와 ‘국가 정책이 부족해서’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임신 경험이 있는 여성의 경우 응답자의 대부분은 ‘일반 산부인과’를 이용하고 있었고 ‘장애친화 산부인과’를 이용한 응답자는 11.3%에 불과했다. 장애친화 산부인과를 이용하지 않은 큰 이유는 ‘장애친화 산부인과를 몰라서’(48.9%)였다.

임신·출산 시 병원을 이용한 경험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평가가 조금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임신 중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는 ‘임신 및 출산 관련 장애인 맞춤 정보 부족’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그 외 ‘임신 관련 진료비·의료비 부담’, ‘산모의 건강 및 장애 상태 악화’, ‘산부인과 진료 장비 및 시설 접근성 문제’, ‘장애여성의 임신에 대한 사회적 편견 및 차별’ 등의 의견이 확인됐다.

모성권 차별 경험은 응답자들은 차별이 보통 이상에서 많은 편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가장 차별이 높다고 인식한 것은 ‘장애여성은 자녀를 입양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적 차별’이었으며 다음으로 ‘본인 몸도 힘든데 아이를 왜 낳느냐는 인식적 차별’, ‘자녀가 장애를 가진 엄마를 돌보느라 고생한다는 인식적 차별’, ‘자녀 양육의 우려와 관련된 차별’, ‘장애여성은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인식적 차별’ 순이었다.

“모성권은 권리” 법·제도 개선 및 사회적 지원 확대 필요

보고서는 “장애여성 당사자를 대상으로 한 초점집단면접조사 결과, 장애여성의 모성권은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고 있었다. 장애여성의 모성권 보장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행동과 언어로 표현되고 제도화돼 장애여성 개인에게도 내재화되는 과정으로 순환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제약 속에서도 장애여성들이 모성 역할을 수행해 나갈 수 있었던 것은 국가와 사회의 제도적 지원, 가족·지역사회로부터의 비공식적 지지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다 지원체계가 확대된다면 장애여성 모성권이 더욱 보장될 수 있는 정책 환경이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보고서는 “장애인복지법에 모성권 보장에 관한 명시적 문구를 추가하는 등 모성권 보장에 관한 명시적 법률 조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강제불임, 친권 박탈, 출산 제한 등에 관한 이슈는 매우 구체적이고 중요한 정책과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장애여성의 모부성권을 다루고 있으나, 포괄적 법제인 모자보건법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장애여성의 임신 출산 양육에 관한 자기결정권 보장 및 지원에 관한 조항을 담아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임신·출산뿐 아니라 양육지원에도 초점 두어 충분한 정보 제공을 해야 하며, 장애여성 모성권 보장을 위한 정책 내용을 확대하고 이를 홍보할 필요가 있다”면서 “장애여성의 모성권의 범주는 임신 출산에 머무르지 말고, 자기결정권과 안전한 환경과 양육권에 대한 보장 및 지원에 이르기까지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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