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과 장애인은 친구가 될 수 없을까

본문 바로가기
뉴스와 소식
> 열린마당 > 뉴스와 소식
뉴스와 소식

유기견과 장애인은 친구가 될 수 없을까

【에이블뉴스 김경식 칼럼니스트】 우리 사회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하나는 해마다 증가하는 유기동물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발달장애인을 비롯한 장애인의 사회적 고립과 정신건강 문제이다. 얼핏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이 두 문제는 의외의 접점에서 만날 수 있다. 바로 동물을 활용한 재활과 심리치료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동물매개중재(Animal-Assisted Intervention, AAI)는 동물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신체적·심리적·사회적 기능 향상을 도모하는 접근법이다. 특히 치료 목적이 명확한 동물매개치료(Animal-Assisted Therapy, AAT)는 장애인 재활, 정신건강 서비스, 특수교육 분야에서 그 효과가 입증되면서 다양한 국가의 복지정책에 반영되고 있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이론은 인간-동물 유대(Human-Animal Bond) 이론이다. 이는 인간과 동물 사이에 형성되는 상호적 관계가 정서적 안정과 심리적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개념이다. 미국수의학협회(AVMA)는 인간과 동물의 긍정적 상호작용이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사회적 기능과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동물을 활용한 장애인 재활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 왔다. 가장 널리 알려진 사례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견 제도이다. 안내견은 단순한 이동보조 수단이 아니라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사회참여를 촉진하는 중요한 재활 파트너 역할을 수행한다. 안내견을 통해 시각장애인은 자립적인 이동권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육, 취업, 문화활동 등 지역사회 참여의 폭을 넓힐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동물매개재활의 영역은 안내견을 넘어 훨씬 다양하게 확장되고 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청견(Hearing Dog)은 초인종, 전화벨, 화재경보기, 아기 울음소리 등을 감지하여 보호자에게 알려줌으로써 보다 안전한 자립생활을 지원한다. 지체장애인을 위한 서비스견(Service Dog)은 문을 열거나 물건을 가져오고, 휠체어 사용을 돕는 등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최근에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나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정신건강 지원견(Psychiatric Service Dog)도 활발히 활용되고 있으며, 자폐스펙트럼장애인을 위한 자폐지원견(Autism Assistance Dog) 역시 미국, 영국, 호주 등에서 제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동물매개재활은 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재활승마(Hippotherapy)는 말의 움직임을 활용하여 뇌병변장애인과 뇌성마비 아동의 균형능력, 자세조절능력, 보행기능 향상을 돕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유럽과 북미에서는 작업치료, 물리치료, 심리치료와 결합한 재활승마 프로그램이 의료 및 복지체계 안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그 효과에 대한 연구도 지속적으로 축적되고 있다.

특히 자폐스펙트럼장애(ASD) 분야에서는 동물매개중재(Animal-Assisted Intervention)에 대한 연구가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체계적 문헌고찰 연구들에 따르면 동물과의 상호작용은 자폐 아동의 사회적 접근 행동을 증가시키고, 불안과 공격행동을 감소시키며, 의사소통 능력과 정서 조절 능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효과의 배경으로 동물이 인간과 달리 언어적 평가나 사회적 편견 없이 일관되고 예측 가능한 반응을 제공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발달장애인에게 동물은 단순한 반려 대상이 아니라 안전한 관계 형성과 사회적 상호작용을 연습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는 것이다.


유기견 입양과 장애인 재활의 결합은 동물복지와 장애인복지라는 두 개의 공익적 가치를 연결하는 새로운 사회혁신 모델이다. (생성형 AI 활용 생성 이미지) ⓒ 김경식
해외에서는 이러한 연구 결과를 실제 정책과 서비스로 발전시키고 있다. 영국의 장애인 지원단체들은 자폐성장애 아동과 가족을 위한 지원견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이를 통해 아동의 안전 확보와 사회참여 증진, 보호자의 돌봄 부담 경감 효과를 도모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견 양성 프로그램이 전국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일부 주에서는 교정시설 수형자들이 유기견을 훈련하는 과정에 참여하여 장애인 보조견을 양성하는 독특한 모델도 등장하였다. 이는 유기견 복지, 장애인 재활, 수형자의 사회복귀라는 세 가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실현하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독일과 네덜란드에서는 발달장애인의 사회성 향상과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동물매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며, 캐나다와 호주에서도 장애인의 정서 지원과 지역사회 참여를 목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치료견 및 보조견 프로그램이 시행되고 있다. 특히 호주는 국가장애보험제도(NDIS)와 연계하여 보조견이 장애인의 삶의 질과 사회참여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이를 장애인 지원정책의 일부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동물복지와 장애인복지를 결합한 새로운 접근이 주목받고 있다. 보호소 유기견을 사회화하고 훈련하여 장애인 재활 프로그램에 활용하는 모델이 그 예이다. 이러한 접근은 기존의 동물매개재활이 ‘훈련된 동물이 장애인을 돕는 구조’였다면, ‘장애인과 유기견이 함께 성장하고 회복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장애인은 돌봄과 상호작용을 통해 정서적 안정과 자기효능감을 경험하고, 유기견은 인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며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게 된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은 우리나라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특히 발달장애인의 사회적 고립과 지역사회 참여 부족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관계 중심의 지역사회 프로그램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 동시에 해마다 발생하는 유기동물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로 남아 있다. 따라서 동물매개재활의 새로운 영역으로서 유기견 기반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장애인복지와 동물복지를 동시에 실현하는 혁신적 모델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필자는 ‘유기견 기반 장애인 동물매개 재활센터’ 모델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 모델은 먼저 보호소 유기견 가운데 건강상태와 행동 특성이 안정적인 개를 선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후 수의사와 동물행동전문가가 참여하는 사회화 훈련을 실시하고, 작업치료사·사회복지사·특수교사와 협력하여 발달장애인 대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참여 장애인은 유기견과 함께 산책하기, 먹이주기, 놀이 활동, 기본 훈련 등을 수행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단순한 여가활동이 아니라 정서적 안정, 사회적 상호작용 증진, 자기효능감 향상, 책임감 형성이라는 재활 목표를 가진 구조화된 프로그램이 되어야 한다.

특히 발달장애인의 직업재활과 연계할 경우 더욱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려동물 돌봄, 위생관리, 산책지원, 펫케어 서비스 등은 장애인의 새로운 직무 영역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단순한 치료를 넘어 장애인의 경제활동 참여와 자립생활 지원이라는 사회적 가치로 확장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프로그램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참여하는 지역사회 통합 활동으로도 발전할 수 있다. 지역 주민들이 유기견 산책 봉사, 입양 캠페인, 반려동물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면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동물매개중재가 만능은 아니다. 모든 유기견이 치료 활동에 적합한 것은 아니며, 참여 장애인의 특성과 안전 문제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프로그램은 반드시 수의사, 동물행동전문가, 작업치료사, 사회복지사, 특수교사 등 다학제 전문가 체계 속에서 운영되어야 한다. 또한 효과성을 검증하기 위해 사회성척도(SRS), 적응행동척도(Vineland), 삶의 질 척도(QOL) 등 객관적 평가도구를 활용한 연구가 병행되어야 한다.

장애인복지의 핵심 가치는 지역사회 안에서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있다. 유기견 역시 새로운 관계와 새로운 삶을 필요로 한다. 사회로부터 버려진 생명과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돌보며 성장하는 과정은 단순한 재활 프로그램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유기견 입양과 장애인 재활의 결합은 동물복지와 장애인복지라는 두 개의 공익적 가치를 연결하는 새로운 사회혁신 모델이다. 이제 우리는 유기견을 단순히 보호의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장애인의 삶을 변화시키고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동반자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두 생명의 만남이 만들어내는 치유의 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클 수 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칼럼니스트 김경식 bioman92@naver.com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

0 Comments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