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가 법무법인 디엘지,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등과 함께 10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항공기 이용과정에서 장애아동용 보조기기 사용을 제한한 것은 "차별"이라면서 항공사 및 관계기관를 상대로 차별 진정을 제기했다.ⓒ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가 법무법인 디엘지,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등과 함께 10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항공기 이용과정에서 장애아동용 보조기기 사용을 제한한 것은 "차별"이라면서 항공사 및 관계기관를 상대로 차별 진정을 제기했다.ⓒ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에이블뉴스 이슬기 기자】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가 법무법인 디엘지,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등과 함께 10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항공기 이용과정에서 장애아동용 보조기기 사용을 제한한 것은 "차별"이라면서 항공사 및 관계기관를 상대로 차별 진정을 제기했다.

뇌병변 장애아동 보조시트 거부, 호소에도 모두 외면

피해 아동은 사지마비성 중증 뇌병변 장애아동으로 목과 허리를 스스로 지지할 수 없어 장애아동용 보조시트 없이는 안전벨트 착용과 좌석 착석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 가족은 2014년부터 매년 항공편으로 제주를 여행하며 별도로 좌석을 구매해 보조시트를 사용해왔다. 항공사로부터 어떠한 제재나 사전 안내를 받은 바도 없었다. 그러나 2020년 12월, 제주행 항공편에서 이륙 약 5분 전 승무원이 돌연 '인증 스티커가 없다', '규정에 맞지 않는다'며 보조시트를 문제 삼아 수하물로 강제 처리했다. 이 아동은 이륙부터 도착까지 안전벨트 없이 아버지의 품에 안긴 채 비행해야 했다. 

1년 후 2021년에는 동일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외 규정에 맞는 보조시트를 직접 구매하고, 여행 전 항공사 담당자에게 사진을 첨부해 문의해 '기내 사용 가능'이라는 회신을 명확히 받았다. 그러나 탑승 당일 또다시 이륙 직전에 '벨트 구조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용을 거절당했다.

지난해에도 똑같이 거부당했다. 이후 부모님은 항공사에 개인 보조기기 사용 허용, 항공사 차원의 장애인용 보조 좌석 구비 등을 호소했지만, 관계기관과 정치권 등에 돌아온 말은 "알아보겠다"는 말뿐이었다. 이 가족은 "다시는 여행 가지 말자"라고 상처만 입었다.

(왼쪽부터)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진정당사자 장애아동 부모 김상진 씨, 김주현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정책국장.ⓒ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왼쪽부터)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진정당사자 장애아동 부모 김상진 씨, 김주현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정책국장.ⓒ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보조기기 사용권·안전권 침해, 명백한 장애인 차별"

장추련은 이 사건은 특정 가족의 문제가 아닌, 항공교통 체계 전반에서 장애인의 보조기기 사용을 보장하는 제도가 부재한 현실을 적나리 보여주는 사례라고 봤다. 이들은 "단순한 서비스 불편이 아니라 장애인의 보조기기 사용권, 이동권, 안전권을 침해하는 구조적 차별"이라면서 "장애특성에 맞는 편의와 안전을 제공할 의무가 있는 항공사가 이를 거부하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상 명백한 차별행위"라고 차별 진정 취지를 밝혔다.

이에 이날 인권위 진정을 통해 ▲항공기 내 장애인 개인 보조기기의 사용 기준 마련 및 제도화 ▲장애인 보조좌석 및 대체 안전장비 구비 의무화 ▲항공사 장애인 응대 매뉴얼 및 직원교육 강화 등이 시정되길 촉구했다.

진정인인 장애아동 부모인 김상진 씨는 "제 딸의 꿈은 남들처럼 비행기를 타고 디즈니랜드를 가는 것이지만 제 가족에게 제주도 비행은 끔찍한 모험이자 불안의 연속이었다. 항공기에 타기 위해서는 좌석에 착석할 수 있는 보조기기가 필요하지만 항공사들은 갈 때마다 국제 규정과 안전조치를 이유로 보조기기를 빼앗겨 바닥에 흘러내리는 아이를 비행 내내 가슴에 꼭 안고 타야 했다"면서 "장애인에게 보조기기는 이동권 그 자체이자 신체의 일부다. 아이가 흘러내릴 때 아빠로서 느낀 무력감과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분노했다.

이어 김 씨는 "인권위에 진정을 하는 것은 제 딸 한 명의 억울함이 아니라 수많은 장애아동과 부모들이 더이상 공항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길 바라기 때문"이라면서 "인권위는 항공사들의 비인권적이고 차별적인 행태를 철저히 수사하고 강력한 시정 권고를 내놓아 달라"고 호소했다.

김주현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정책국장은 "피해 아동과 같은 뇌성마비는 몸의 움직임과 자세를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장애다. 스스로 목과 허리를 지지할 수 없는 사람에게 보조기기는 없어도 되는 옵션이 아니라, 안전벨트가 있는 좌석에 앉기 위한 최소한의 필수 조건이다. 보조기기 없이 비행기를 타라는 것은 사실상 타지 말라는 것"이라면서 "이 가족이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것들은 진상 고객이 악성 컴플레인이 아닌, 관행처럼 굳어져 반복돼 온 항공사들의 장애인에 대한 구조적 차별에 대한 시정요구이자 저항"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조기기는 권리다. 이 가족의 고통과 좌절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갈 여행의 권리를 더이상 포기하지 않도록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번 진정을 엄중히 받아들여 강력한 시정 권고를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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