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선거가 보장되지 않았다”, 시각장애인 참정권 가로막는 투표 보조용구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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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 16:30
【에이블뉴스 조현대 칼럼니스트】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마무리됐지만,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접근성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사회적 논란이 된 가운데, 시각장애인들 역시 점자 보조용구 부족으로 독립적인 투표권 행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호소하고 있다.
필자는 수년 전부터 많은 사람이 몰리는 장소를 피하기 위해 가능하면 거소투표를 이용해왔다.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에서는 투표용지와 함께 점자 보조용구가 제공돼 비교적 독립적인 투표가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점자 보조용구가 동봉되지 않아 결국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
필자의 자택으로 배송된 점자보조용구.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용 점자보조용구에 번호만 점자로 표기되어 있고, 정당 이름과 후보 이름은 백지로 남아 있다. ©조현대
이전 선거와 달리 점자 보조용구가 제공되지 않은 점에 의문을 느낀 필자는 영등포선거관리위원회에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에는 점자 보조용구를 제공하고 있지만 지방선거에는 제공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답변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 본 기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도 추가 확인을 진행했다. 중앙선관위 측은 거소투표에는 점자 보조용구를 지급하지 않지만, 본투표소에서는 보조용구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필자는 선거 당일인 6월 3일, 거주지 인근 투표소를 직접 확인했고 현장에서 점자 보조용구가 비치된 사실을 확인했다.
문제는 거소투표와 사전투표 등 다양한 투표 방식에서 시각장애인의 접근성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점자 보조용구가 없으면 사실상 활동지원사나 가족, 지인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비밀선거 원칙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누구를 지지하는지, 어느 정당을 선택하는지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타인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시각장애인들은 이러한 이유로 투표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상북도 안동에 거주하는 60대 시각장애인은 일정 문제로 사전투표를 선택했지만 점자 보조용구를 이용할 수 없어 난감함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독립적으로 투표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투표를 포기하고 돌아왔다고 했다.
서울 구로구의 한 장애인자립생활센터 관계자 역시 근무지 인근 주민센터를 찾아 투표를 진행하려 했지만 점자 보조용구를 찾기 어려워 타인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투표했다고 전했다.
필자 역시 거소투표 과정에서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어떤 후보를 선택하는지 정치적 성향이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밖에 없었고, 투표 이후에도 제대로 기표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 찜찜함이 남았다.
이처럼 시각장애인에게 투표는 단순히 투표소까지 가는 문제가 아니다. 독립성과 비밀성을 보장받으며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특히 점자형 투표 보조용구는 시각장애인들이 타인의 도움을 최소화하고 직접 후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 장치다.
장애인의 참정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그러나 점자 보조용구 제공 범위가 제한되는 현실은 시각장애인의 실질적인 참정권을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제도 운영의 편의보다 우선돼야 하는 것은 유권자의 권리 보장이다.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방선거를 포함한 모든 선거에서 시각장애인용 보조기구 제공 범위를 점검하고, 거소투표와 사전투표를 포함한 다양한 투표 방식에서도 접근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비밀선거는 일부 국민에게만 적용되는 원칙이어서는 안 된다. 시각장애인 역시 누군가의 도움 없이 자신이 원하는 후보에게 온전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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