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 사건이 남긴 씁쓸함, 장애아동 가족은 위로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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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5 09:29
학대 혐의 특수교사 2심서 무죄, 장애아동 학대 대안 숙제 남겨
【에이블뉴스 이슬기 기자】지난 13일 오후 주호민 웹툰작가 아들의 학대 혐의를 받던 특수교사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는 기사가 온 포털을 뒤덮었다.
이 특수교사는 2022년 9월 13일 경기도 용인의 한 초등학교 맞춤 학습반 교실에서 주 씨 아들(당시 9세)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아휴 싫어. 싫어죽겠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발언하는 등 피해 아동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항소심에서 뒤집힌 이유는 1심에서 ‘의사 표현력이 부족한 장애인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당시 녹음 행위는 정당’했다고 인정한 반면, 2심에서는 녹음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2023년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과 맞물려 학대 여부와 상관없이 특수교사를 고소한 주 씨 부부가 돌연 ‘갑질 학부모’로 둔갑해 ‘교권 침해’로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니 애 집에서만 키워라’, ‘무고죄로 고소해라’ 등의 악성 댓글도 쏟아졌다. 학대 발언을 들은 장애아동의 상처에는 주목하지 않고, 문제행동만을 짚으며 혐오를 쏟아냈다.
장애에 대한 이해가 없는 수많은 언론과 유튜버들이 주호민을, 그 가족을 공격했다. 부모가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그 가족들이 감내하기에는 너무 끔찍했다.

2심 선고가 나기 직전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수원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법원은 피해 아동의 방패가 돼야 한다”고 호소했다.ⓒ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유튜브
2심 선고가 나기 직전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수원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법원은 피해 아동의 방패가 돼야 한다”고 호소했지만, 이 목소리는 어느 언론에서도 주목하지 않았다. 부모들은 말했다.
“전과 달라진 아이의 행동과 태도에 노심초사하고 걱정만 하다가 다른 방법이 없어서 녹음기를 들려 보냈을 때, 결국 그 녹음기에 교사의 폭언과 한숨짓는 소리와 책상을 치는 소리들이 반복돼 기록됐을 때, 단순한 훈육이 아니었기에 당혹감과 실망감으로 학교에 문제제기를 했을 때, 그러나 돌아온 학교 당국의 대답은 무성의하기 짝이 없었을 때, 학대 사실이 아이의 행동으로 정당화될 때, 아이가 보인 행동으로 아이의 전부가 설명될 때, 이 모든 일들이 차라리 일어나지 않았으면, 꿈이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왜 경솔하게 녹음기부터 들려보냈는가, 왜 교사와 먼저 상의하지 않았는가?’ 라고 물을 수 있지만, 상의하기 두려웠을 수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을 수도, 아니면 그저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교사가 아이와 어떤 소통을 하고 있는가’ 궁금했을 수도 있습니다. 자녀에게 문제가 있고 이 문제를 확인하고자 하는 과정조차 어느 하나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 부모들은 알고 있습니다.”
“장애학생에게 어떤 행동이 일어났다면, 그 행동에 이르게 한 요인들이 무엇인지 살피거나 바꾸려는 노력보다 ‘진짜 밉상이다. 싫어 죽겠다. 그렇게 하면 너 통합반에 못 간다’는 협박과 엄포가 교육적 지원이나 훈육에 해당할 리 없다.”
이 목소리는 기록되지 못한 채 허공에 흩어져버렸다.

'장애아동 학대에 관대한 법원 규탄한다' 피켓.ⓒ에이블뉴스DB
지난 2021년에도 특수교사 학대 사건의 재판에 참석한 적이 있다. 해당 유치원 특수교사는 만 4세던 자폐성 장애아동에게 양치 교육을 한다면서 물리력을 동원해 억지로 양치질을 시켰다. 1심에서는 ‘정서적 학대’ 등의 유죄를 받았지만, 2심과 3심에서 ‘고의성이 없다’며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실제로 피해 아동은 양치질과 비슷한 외형의 여자 어른의 두려움으로 자해 행동을 보이며 트라우마에 시달렸지만, 법원은 “강압적으로 학생을 대해도 괜찮다”는 판결로 이 가족에게 씻지 못할 상처만 줬다. 선고 직후 “참담하다”는 피해 아동 가족의 목소리가 담긴 기자회견에는 기자 혼자 참석했다. 이 가족은 민사로라도 특수교사의 잘못을 인정받기 위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걸어 끝내 이겼지만, 그 아픔은 위로받지 못했다.
주호민 씨는 선고 후 장애 아동이 (학교에서) 피해를 봤을 때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정말 어렵다는 걸 이번 판결을 통해 느낀다. 제도 개선이 필요한 것 같다"면서도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또 “조용히 가족의 곁을 지켜려 한다”며 활동 중단까지 선언한 상태다.
주호민 씨의 사건은 이대로 끝이어서는 안된다. 이 사건은 교권 침해, 갑질이 아니라, 장애아동이 정서적 학대로 피해 받은 사건이다. 장애아동이 학대 피해를 당했을 때 표현을 하지 못해 입증하지 못했을 때의 대안을 반드시 함께 가져가야 한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장애 학생의 학대 예방 기준 및 매뉴얼 등 실질적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당한 사람을 교실에서 밀어낼 것이 아니라, 공교육에서 놓지 않아야 한다. 피해 회복도 교육계의 몫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2심 선고 후 장애학생 교육권 강화를 위한 투쟁을 준비 중에 있다. 상처받은 주호민 씨와 그 가족에 위로를 전한다.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1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