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진료 거부로 치아 직접 다 뽑아”…발달장애인 ‘미충족 의료’ 조사 첫발
“응급 상황 아니면 그냥 참게 하거나, 약국에서 약 사 먹이고 마는 거예요. 병원 검진도 제대로 못 받으니까요. 허망한 죽음들을 많이 봤어요.”
발달장애를 가진 아들 이윤호(28)씨가 아플 때마다 엄마 김남연(59)씨는 ‘허망한 죽음들’을 떠올리며 무력감과 공포를 느낀다고 했다. 병원을 무서워하고, 키 173㎝에 몸무게 90㎏인 이씨 진료를 위해선 3~4명의 의료진이 몸을 붙들어야 한다. “발달장애”라는 말에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진료를 거절당하는 일이 다반사다. 김씨는 지금도 불안에 휩싸여 있다. “최근 급격히 살이 쪄서 대학병원에서 힘들게 피검사까지는 했어요. 모든 수치가 ‘위험’으로 나왔지만, 정밀검사를 하거나 약을 타는 건 (1차 병원 역할이라) 대학병원에서는 해줄 수 없다고 합니다. 동네 병원은 인력과 경험이 없다고 진료해 주지 않고요.”
김씨 모자처럼 발달장애인 가족에게는 흔한 ‘미충족 의료’(원하는 진료를 받지 못하는 일)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연구가 시작됐다. 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은 최근 국가인권위원회 용역을 받아 ‘발달장애인 의료 이용 실태조사’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25만명에 이르는 발달장애인의 건강보험 데이터와 일반 국민 980만명의 데이터를 이용해 의료 이용 실태를 비교·분석하고, 발달장애 가족, 의료진, 공무원 등 심층 면접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발달장애인은 비장애인에 견줘 미충족 의료 경험이 월등히 높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진료 행위에서 얼마나 자주 소외되는지가 구체적으로 연구된 적은 없었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지난 14일 연구진과 한겨레를 만나 ‘도전행동 우려’ 등을 이유로 일상적으로 진료를 거부당하는 고통을 토로했다. 김소희(54)씨는 “아이가 이갈이를 할 때 치과에서 ‘발달장애인 치료 경험이 없다’며 거부당했다”며 “아이 이를 직접 집에서 다 뽑았다”고 말했다. 지적 장애와 뇌병변 중복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강복순(57)씨는 “병원에 갈 때마다 전신마취를 하고 한 번에 큰 치료를 다 하고 있다”며 “한번은 마취에서 깨어나는 게 늦어져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있다”고 했다.
높은 병원 문턱은 황망한 죽음으로도 이어진다. 김남연씨는 “맹장염에 걸렸지만 병원이 진료를 받아주지 않아 사망한 경우를 봤다”고 말했다. 김소희씨도 “발달장애 자녀가 배앓이를 해 소화제만 타 왔는데, 피를 토한 뒤에야 큰 병원에 가서 닭 뼈를 잘못 삼켰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결국 아이는 목숨을 잃었다”며 “소통이 어려운 발달장애인을 더 잘 이해해주는 진료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2023년 발달장애인의 조사망률(1천명당 사망률)은 한국 전체 인구에 견줘 약 1.26배 높다.
김 교수는 “어디가 얼마나 아픈 상황에서 제대로 병원에 가지 못했는지, 그 결과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를 분석한 연구가 없는 상황에서 발달장애인의 질병과 고통을 국가가 들여다보는 첫 시도가 될 것”이라며 “실태를 파악해 제도적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출처: 한겨래(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259063.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