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장애인 거주시설 학대는 반복되고, 늦게 드러나는가?
- 입법조사처, 색동원 사건으로 거주시설 인권침해 대책 강조
- 내부신고자·인권지킴이단 운영 내실화
- 권익옹호기관 조사권한과 인권실태조사 등 법적기반 강화
[더인디고] 인천 강화군 색동원 사건을 계기로 장애인 거주시설 내 학대와 인권침해 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되는 분위기다. 특히, 반복되는 사건에도 불구하고 학대는 장기간 은폐된 뒤 뒤늦게 드러나는 경우가 많아, 현행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23일 국회입법조사처는 ‘왜 장애인 거주시설 안의 학대는 반복되고, 뒤늦게 드러나는가’ 보고서를 통해 장애인 거주시설 학대 현황과 현행 예방 및 발견 제도의 한계를 분석한 뒤 제도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 장애인 거주시설 학대 반복은 구조적 문제
보고서에 따르면 장애인 거주시설 학대는 단순한 일탈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나타난다.
2024년 장애인 학대 판정 1449건 중 집단이용시설은 345건(23.8%)이며, 이 가운데 거주시설이 184건으로 절반 이상(53.3%)을 차지했다. 특히 가해자의 87.5%가 시설 종사자로 나타나, 돌봄 제공자가 동시에 가해자가 되는 이중적 권력 구조가 확인됐다.
학대의 장기화도 심각하다.
거주시설 학대의 28.8%가 5년 이상 지속된 사례로, 전체 평균(15.4%)보다 약 두 배 높은 수준이다. 이는 시설 내부에서 학대가 쉽게 드러나지 않고, 장기간 반복될 수 있는 구조임을 보여준다.
피해자 특성 역시 학대 은폐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거주시설 학대 피해자의 76.1%는 발달장애인으로 나타났으며, 이들의 자기 신고 비율은 전체 장애인 학대 의심 사례의 피해자 본인 신고 비율 612건(20.2%)보다 낮은 132건(12.5%)에 불과했다. 이는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외부 접촉 제한이 결합되면서 학대 사실이 외부로 드러나기 어려운 구조를 형성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장애인 거주시설 학대는 종사자 중심으로 발생하고, 장기간 지속되며, 피해자의 상당수가 발달장애인이다. 이는 거주시설 학대가 외부에 쉽게 드러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장기간 학대가 지속된 비율이 높다는 점은 현행 제도가 학대를 예방하고 조기에 발견하는 데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 신고 못하는 내부, 감시 못하는 외부.. 결국은 제도와 시스템
보고서는 현행 제도가 학대 예방과 조기 발견에 실패하는 이유에 대해 ▲신고자 보호의 실효성 부족, ▲인권지킴이단의 독립성·전문성 미흡, ▲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지자체의 사후 대응 중심 구조, ▲인권실태조사의 반복·정형화 등 네 가지로 진단했다.
구체적으로 신고의무자 제도와 관련해 ‘장애인복지법’ 상 신고 의무와 보호 규정이 있음에도 현장에서는 신분 노출, 해고, 재취업 불이익 우려로 내부 고발이 위축되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인권지킴이단의 독립성 문제에 대해선 시설장의 개입 문제를 지적했다.
현재 외부 단원을 50% 이상 두도록 하고 있음에도, 지자체의 추천을 거쳐 시설장이 단원 위촉에 관여하는 구조이다 보니, 감시기구가 실질적 견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에 따라 전문인력 확보와 활동 여건에도 편차가 있다는 분석이다.
현행 권익옹호기관 등의 조사·감독이 기본적으로 신고나 외부 제보를 계기로 개입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용자의 의사표현이 제한되고 외부와의 접촉이 적은 거주시설 내부 학대를 상시적으로 감시하고 조기에 발견하는 데에는 한계라는 것.
아울러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거주시설 인권실태조사 방식으로 인해 실제 조사 대상이 절차에 익숙해지는 학습효과와 조사 피로가 누적될 수 있어, 형식적 점검에 머물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 현행 제도 내실화와 장애인복지법 개정 필요성 제기
입법조사처는 단편적 보완이 아닌 구조적 제도 전환을 강조했다. 내부 신고자 보호와 인권지킴이단 운영 등 현행 제도를 내실화하는 한편, 장애인복지법을 개정해 권익옹호기관의 조사 권한 및 장애인 거주시설 인권실태조사의 법적 기반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우선 내부 신고자 보호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신고 접수부터 사후 관리까지의 전 과정에서 신분 보호 절차와 정보관리 기준을 구체화하고, 재취업 지원 등 사후 지원 방안을 마련해 신고의무자 보호의 실질적인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권지킴이단의 독립성 및 전문성 강화 측면에서는, 지자체의 단원 위촉 권한을 강화해 시설의 관여를 배제하고, 지역별 전문가 인력풀 구축과 수당 지원 기준 마련을 통해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권익옹호기관의 조사·점검 권한 실질화를 목표로 ‘장애인복지법’을 개정해, 직권조사와 불시점검 및 평시 모니터링이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를 신설하고, 이를 수행할 전담 인력과 예산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실태조사의 체계 개편 및 법문화와 관련하여, 기존의 정형화된 점검에서 벗어나 기획·심층 조사 중심으로 운영 방식을 전환하고, 장애인복지법에 명확한 실시 근거를 규정함으로써 안정적인 예산 확보와 실행력을 담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입법조사처는 “이들 대책은 어느 하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4가지 방향이 함께 추진될 때 비로소 시설 내 학대를 예방하고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실질적 안전망이 형성될 수 있다”며, “관련 입법과 예산 지원도 조속히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