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보호기관에서 성폭력, 책임 회피하는 기관들’ 분노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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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9 09:25
조사관 파면‥제주옹호기관 등 조직적 성찰, 재발 방지대책 부재
‘조직적 책임 이행·재발 방지대책 마련, 피해자 권리 회복’ 등 요구

제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를 비롯한 6개 단체는 28일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 본관 앞에서 ‘권익옹호기관 조사관에 의한 성폭력 사건 묵인한 제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보건복지부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에이블뉴스 백민 기자】 장애인을 보호해야 하는 기관에서 성폭력 사건이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제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 등 관련 기관들이 사건을 개인 일탈로 치부할 뿐 조직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제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이하 제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성폭력사건공대위)를 비롯한 6개 단체는 28일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 본관 앞에서 ‘권익옹호기관 조사관에 의한 성폭력 사건 묵인한 제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보건복지부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지난 3월 25일 장애인 학대 예방과 피해자 지원을 위해 설립한 제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하 제주옹호기관)의 조사관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피해자는 미성년 장애여성으로 가족의 방임 및 학대 상황 속에서 옹호기관에 지원을 요청했다가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할 조사관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피해는 옹호기관 상담실이라는 보호받아야 할 공간에서 발생해 충격을 더했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11(장애인권익옹호기관 설치 등)에 근거해 장애인 학대 조사 및 상담 등을 주요 업무로 삼고 있으며 2017년 전국 20여 곳에 위탁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피해 장애인의 보호 및 피해 회복을 위해 지원해야 할 옹호기관의 조사관이 지원자의 권한과 위치를 이용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제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제주장애인권포럼은 성폭력 사건 책임지고 사과하라’는 피켓을 들고 있는 기자회견 참가자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해당 사건이 경찰신고를 통해 드러나고 언론에 보도된 후 제주옹호기관과 운영법인인 제주장애인권포럼은 해당 조사관을 파면했다. 또한 제주옹호기관 관장도 사직서를 제출했다.
반면 제주옹호기관과 제주장애인권포럼은 사건 이후 별다른 조직적 성찰이나 재발 방지대책을 내놓지 않았는 지적이다.
제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성폭력사건공대위는 “당연한 징계 조치가 책임의 끝은 아니다. 이는 개인 일탈로 치부해서는 안 되는 구조적 문제”라며 제주옹호기관과 제주장애인권포럼이 이 사건을 조사관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며 조직적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원자와 내담자 관계에서 어떠한 불평등한 위계가 발생했는지,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조직의 운영구조와 역할에서 무엇이 부족했는지에 대해 성찰과 반성을 하고 재발 방지대책 논의와 공식적인 사과의 입장을 밝혔어야 했다는 것.
또한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제주옹호기관을 전국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한 바 있어 관리 책임 소홀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이들은 이번 사안을 통해 복지부는 옹호기관 운영을 각 지자체의 몫으로 위탁 수행하는 기관의 책임으로 두었을 때의 한계를 고려하고, 2인 상담체계의 원칙이 지원 현장에서 왜 지켜지지 못했는지와 옹호기관 운영에 있어 인권적인 관점이 충분히 반영되고 수행되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점검과 지원이 필요하며, 옹호기관의 제도 운용에 대한 점검 및 재발 방지와 피해자 권리증대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8일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 본관 앞에서 개최된 ‘권익옹호기관 조사관에 의한 성폭력 사건 묵인한 제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보건복지부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제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 진영림 대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제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성폭력사건공대위 진영림 대표는 “지난달 28일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제주옹호기관과 제주장애인권포럼, 보건복지부를 대상으로 책임을 다하라는 공동성명을 내고 규탄했으나 그 누구도 답변을 주지 않았다. 더 움직여야 한다는 마음으로 더 많은 단체와 연대해 제주도에 면담을 요청했지만, 도는 시민사회단체는 만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고 규탄했다.
이어 “이 사건은 너무나 중대한 범죄고, 중대한 사건이다. 우리는 요구한다. 제주장애인권포럼은 진정성 담긴 사과와 함께 이사긴 교체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라. 또한 제주도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 방안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외쳤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전남지부 부설 성폭력상담소 배수지 소장은 “이 사건을 인지하고 머릿속에서는 그동안 학대 피해로 만나게 된 수많은 장애여성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학대 피해자를 만나게 되는 지원자이자 상담자인 우리의 첫 마디는 ‘이제 괜찮다.’, ‘안전하다.’, ‘우리는 도움을 주려고 한다.’는 말로 당사자와 관계를 맺기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는 상담원이 스스로 끊임없이 성찰하고 조심하지 않는다면 피해 당사자와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지원자이자 상담자인 우리는 학대 피해 장애인을 만날 때 늘 성찰하고 선을 넘지 않도록 여러 장치를 만들어 둔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그 장치거 전혀 작동되지 않았다. 아니, 존재하지도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이 사건을 단순히 개인의 일탈이 아니다. 가해자가 일탈이 가능하고 걸리지 않을 거라 믿고 범죄를 행했던 조직적 구조, 장애·젠더 감수성 없는 운영, 미비한 교육. 모두 조직이 가진 책임”이라며 “제주옹호기관과 제주장애인권포럼은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지 않겠다고 사과하고 약속하라. 정부는 철저히 진상조사를 하고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제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성폭력사건공대위는 기자회견 직후 복지부 면담요청서를 제출하며 ▲조직적 책임 이행 ▲재발 방지대책 마련 ▲피해자 권리 회복 등을 요구했다.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0896)